쉴만한 물가(칼럼)
섬김이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요즘 노회의 행정적인 일의 한 부분을 맡아 섬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은퇴를 앞두신 한 목사님의 행정적인 일을 처리할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부탁을 받은 시점이 다소 촉박했습니다. 정해진 일정에 맞추려면 여러 사람에게 연락하고, 서류를 확인하고, 시간을 내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 일을 처리하면서 마음 한편에 조금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일을 대신 처리하는 실무자들의 수고나, 행정적인 절차와 역할을 조금 가볍게 여기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일이 급하면 다른 사람의 형편까지 충분히 헤아리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일을 처리하는 동안 오히려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어떤 목회자가 되어야 할까?’ 그리고 한 가지 마음에 품은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겸손하고,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겸손은 한두 번 마음먹는다고 완성되는 성품이 아닙니다. 오늘 겸손했다고 내일도 저절로 겸손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낮추고 다른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겸손을 배우는 가장 좋은 자리가 바로 ‘섬김의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접 섬겨 보고, 시간을 내어 보고,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해 본 사람은 누군가의 수고를 쉽게 여기기 어렵습니다. 작은 일 하나를 위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가 얼마나 애쓰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섬김은 다른 사람에게만 유익한 것이 아닙니다. 섬기는 사람 자신에게도 큰 유익이 있습니다. 섬김이 우리를 낮추고, 다른 사람의 수고를 볼 수 있는 눈을 열어 주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섬김을 받으려 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섬기러 오셨습니다. 우리도 섬김과 희생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수고를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며, 우리의 마음이 날마다 주님의 마음을 닮아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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