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칼럼)

    마음을 열면 가까워집니다.
    2026-09-18 16:54:38
    유진우
    조회수   27

    마음을 열면 가까워집니다.

    지하 공간에서 교회와 연계하여 ‘정윤카페’라는 무인카페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교회 공동체의 장기적인 공간 확보,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교두보, 주일 모임 공간 등 여러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는 조금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이미 1층에 같은 업종의 무인카페가 영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카페 뒷정리를 하고 있는데 1층 무인카페 사장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 카페의 슬러시를 종종 드시는 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두 번째 인수자인데 올해 초 카페를 인수한 지 며칠 만에 다시 가게를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근처에서 다른 자영업도 하고 있어 함께 관리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러면서 뜻밖의 말을 건넸습니다. “정윤카페 때문에 내놓은 것이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윤카페가 문을 연 7월보다 몇 달 전에 이미 가게를 내놓았고, 서로 경쟁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좋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우리 카페 안에서 그 이야기를 나누는데 마음이 참 따뜻해졌습니다. 동시에 ‘이 젊은 사장님은 마음이 참 넓구나. 나라면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저는 정윤카페를 연 뒤 1층 카페를 이용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1층 카페 사장님은 우리 카페의 슬러시를 즐겨 드시고 있었습니다. 그분과의 대화를 통해 마음 한편에 있던 미안함의 짐도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득이 경쟁관계에 놓인 사람끼리도 마음을 열고 서로를 이해하며 가까워질 수 있다면, 주님 안에서 한 몸 된 우리는 얼마나 더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야 할까요?

    교회는 영적인 가족입니다. 가족이기에 가까이 지내다가 때로는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족이기에 상대의 형편을 살피고, 마음을 이해하고, 다시 품으며 관계를 회복해 갑니다. 신앙생활을 함께한다는 것은 단지 같은 예배에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영적 상태와 삶의 형편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울고 웃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여섯 목장마다 이런 영적 가족애가 더욱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마음을 열고, 조금 더 이해하고, 기꺼이 품어 주십시오. 경쟁 속에서도 마음을 열면 가까워질 수 있는데, 하물며 우리는 주님 안에서 한 가족입니다. 서로를 향한 사랑을 더 깊이 누리는 복된 가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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