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만한 물가(칼럼)
우리의 삶에는 무엇이 묻어 있습니까?
초등학교 시절 재미있게 보았던 어린이 TV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해외에서 제작된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드라마인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정서와도 잘 맞아 당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극중에 이런 장면이 있었습니다. 차량 정비 일을 하는 한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 히메나 선생님과 인사를 나눕니다. 선생님이 반갑게 악수를 청하자 그는 자신의 손에 기름때가 묻어 있다며 악수를 사양합니다. 그러자 히메나 선생님은 그 손을 망설임 없이 꼭 잡으며 말합니다. “괜찮아요. 사람들 손에는 자기가 하는 일이 묻어 있기 마련이랍니다. 보세요. 저도 이렇게 손에 분필 가루가 가득 묻어 있잖아요.”
어린 시절에도 참 가슴 따뜻하게 다가왔던 장면입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인인 우리의 손에는 무엇이 묻어 있을까요? 우리의 삶에는 어떤 영적인 수고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요?
얼마 전 막내아이가 화장실에 걸린 수건을 보다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그런데 왜 우리 집 수건은 다 교회에 관련된 거야?” 그 말을 듣고 살펴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교회 임직식 기념 수건, 설립 감사 수건, 은퇴 감사 수건 등 온통 교회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하는 일이 목회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삶의 주변에 목회의 흔적들이 묻어난 것입니다.
영적으로도 마찬가지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는 복음이 묻어 있어야 합니다. 영혼을 섬긴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목장 식구들과 사랑하는 영혼들의 기도제목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손과 발에는 누군가를 섬기기 위해 애쓴 수고의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우리의 마음이 세상일에 대한 걱정과 생활의 염려, 더 많이 갖고 더 많이 누리고자 하는 세상의 가치로만 가득 차 있다면 영적인 풍요를 누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무엇을 가까이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묻어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한 주,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합니다. 지금 나의 마음에는 무엇이 묻어 있습니까? 내 손과 발에는 무엇의 흔적이 남아 있으며,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삶 어디를 들여다보아도 예수님의 흔적, 복음의 흔적, 한 영혼을 사랑하고 섬긴 흔적이 자연스럽게 묻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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